오랫만에 애버리지 1.0을 넘겼습니다. 애버리지 1.4를 기록했던 2020년 8월 이후 처음입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거리두기가 완화된지 약 2주 정도 되는 토요일 오후 3시쯤 클럽에 갔습니다. 대대 5대 중 테이블이 하나 비어 있어서 사물함에서 큐를 챙기다가 그동안 쓰지 않던 상대를 조립했습니다.
초구 연습을 했는데 10번에 2번 밖에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상대를 바꾼 것이 원인일까요? 스쿼트가 평소보다 많이 일어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초구에서 항상 두께가 얇아서 길게 실패했습니다. 그러던 중 천봉(23점)이라는 분과 처음으로 게임을 쳤는데 0.3대로 맥없이 졌습니다.
다음 상대는 오랫만이라 아이디가 기억이 나지를 않았는데 점수판을 설정하는 것을 보니 아이젠(24점) 맞아 예전에 몇 번 쳤었지… 기록을 찾아보니 2017년 6월에 내가 20점 칠 때 처음으로 게임을 쳐서 15(20):19(23)로 내가 졌네요. 당구라는게 묘한 것이 한 번 졌던 상대에게는 강한 상대라는 인식이 생겨버린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상대는 4년 사이에 1점 밖에 올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 상대가 초구에서 실패하고 나는 꾸준히 1점씩 득점해서 마음이 편한 상태로 게임을 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그다지 쉽지 않은 배치에서 득점을 했지만 이어지는 비교적 좋은 후구를 자꾸 놓치면서 단타로 끝나는 것에 짜증이 나는 상황이었습니다. 쉬운 배치라고 생각하고 쳤는데 짧게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앞돌리기 2-3). 나중에 연습해 보니 연습이 되어 있지 않고서는 결코 성공률이 높지 않은 배치였습니다.
10이닝에 2대 8로 리드하는 가운데 상대가 3점을 쳤는데 의자에 앉아 있는 내 눈 앞에서 치는 상황이었는데 스트로크하는 손이 조금 떨리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버릇인지는 모르지만 긴장하고 있는 것인가? 어쩌면 나를 또는 내 점수를 의식하고 치고 있구나! 그렇다면 좀 더 진지하게 대해줘야지!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게임을 치다 보면 대충치고 싶어지는 상대가 있습니다. 특히 나의 경우는 쉬운 상대, 또는 빨리 치는 상대를 만나면 나도 모르게 대충 치게 됩니다. 반면에 신중하게 치는 사람을 만나면 나도 태도가 진지해 집니다. 15이닝부터 20이닝까지 12점(312132)을 쳐서 크게 앞섰고 마지막 23이닝에서는 키스 위험이 살짝 있으면서 2적구가 쿠션에 붙어 있고 큐볼이 멀어서 결코 쉽다고는 할 수 없는 마지막 배치(세워치기)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면서 게임을 이겼습니다.
게임이 끝난 후에 경기를 살펴보니 장타는 없었지만 공타이닝이 7이닝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1.087이라는 낮은 애버리지 치고는 또박또박 거르지 않고 잘 친 게임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되었네요. 당구클럽을 다니다보면 사람마다 당구를 대하는 자세와 스타일이 다르고 인간이다보니 당구로인한 사건과 사고 또는 소문에 의해서 기피하는 상대가 생기게 됩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까다로운 상대로 생각하는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나는 상대를 가리지 않지만 상대는 나를 꺼려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나보다 고수인 사람과 상대할 일은 거의 없고 주로 20점대 초반인 사람들과 게임을 많이 하게 됩니다. 게임을 이기고 지는 것이 상대선수가 누구인가에 따라서 다를 수도 있겠지만 서로 다른 배치를 치는 것이기 때문에 운이 작용하는 부분이 큽니다. 불편한 상대였기 때문에 졌다고 말하는 것은 나는 새가슴이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 요즘 이런 생각때문에 나 자신의 실력향상을 위해서는 고점자가 있는 곳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나 자신의 노력으로 성장해서 이 클럽엔 대부분 나보다 하점자인 사람들이 많지만, 나의 성장을 위해서는 내가 하점자인 곳에 새롭게 둥지를 틀어야 할 것 같습니다.